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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담(調査談)

한국갤럽, 조사인, 조사 이야기

정치 관심도와 여론조사
2021/03/18
● 한국갤럽 2021년 3월 18일(목) 공개 | 문의: 02-3702-2571/2621/2622

정치 관심도와 여론조사

일상 대화에서 정치를 화제로 삼는 데는 상당한 위험이 따릅니다. 종교 못지않게 개인의 신념과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주제여서, 과학이나 이성(理性)적 논리로 따지려다가는 이견(異見)을 좁히기는커녕 서로 목청 높이고 얼굴 붉히며 돌아서기 십상입니다. 하루이틀 보고 말 사이가 아니라면 그런 불상사를 피해야 합니다. 적당히 돌려 말하거나, 화제를 바꾸는 식으로요. 상대의 주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러게요’라는 식의 소극적 호응이라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기 의견이 옳고 다른 사람들도 동조한다고 여기는 외골수들의 확증편향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영향력은 큽니다. 정치 현안을 늘 주시하고, 더 많이 발언하고, 선거에도 열심히 참여합니다. 그들로 인해 사회 갈등이 더 첨예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적극적인 시민 행동이 민주주의의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권자 상당수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선거가 임박했을 때 비로소 평소보다 조금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오늘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차이, 그러한 정치 관심도가 여론조사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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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관심층 24%
- 약관심층 44%, 비관심층 32%

한국갤럽이 2021년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7,011명에게 평소 정치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지 물은 결과(4점 척도) '많이 있다' 24%, '약간 있다' 44%, '별로 없다' 22%, '전혀 없다' 8%로 나타났고, 2%는 의견을 유보했습니다. 분석 편의상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고 답한 사람을 '고관심층', '약간 있다'고 답한 사람을 '약관심층', 그 외는 '비관심층'(관심이 '(별로+전혀) 없다', '모름/응답거절') 등 3개 집단으로 구분하겠습니다.






정치 고관심층은 남성, 50대 이상, 자영업 종사자에 많아

정치 고관심층은 24%로 유권자 네 명 중 한 명 꼴입니다. 성/연령별로 보면 남성, 50대 이상, 직업에서는 자영업 종사자, 주관적 생활수준 상/중상층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정치 비관심층에서는 여성, 20대, 학생과 무직/은퇴자, 생활수준 하층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전체 유권자 절반에 가까운 정치 약관심층에서는 두드러진 특징이 없습니다.




정당 지지도: 전체 기준 더불어민주당 35%-국민의힘 22%, 정치 고관심층에서는 37%-33%

다음은 관심 정도에 따른 정치 성향 특성을 비교해보겠습니다(〈표 2-2〉). 정치 고관심층의 주관적 정치 성향 분포에서는 중도(26%)보다 보수(30%)와 진보(35%)가 많습니다. 같은 중도 성향이라도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 중도와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아예 무관심한 중도는 다릅니다. 후자는 정치 비관심층에 가깝습니다(→ 〈무당층(無黨層) 분석〉).

2021년 1~2월 대통령 직무 평가는 전체 기준 긍정 38%, 부정 53%입니다. 정치 관심별 대통령 직무 긍/부정률은 고관심층 40%/57%, 약관심층 41%/53%, 비관심층 34%/48%입니다. 고관심층과 약관심층의 대통령 평가 양상은 비슷합니다. 비관심층에서만 긍/부정률이 좀 낮고, 평가 유보가 많습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정치 관심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전체 기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지지도는 35% 대 22%로 양당 차이가 13%포인트지만, 정치 고관심층에서는 37% 대 33%로 그 차이가 4%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전체 대비 정치 고관심층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11%포인트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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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관심층에서 야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
- 보수 성향 고연령대가 많아서? 관심의 양에 따른 태도 차이?

정치 고관심층에서 야당 지지도가 높은 이유로는 우선 인구적 특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치 고관심층에서는 고연령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하므로, 보수계 야당인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은 점이 설명됩니다.

다음은 정치에 대한 관심의 양에 따른 태도 차이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세하게 주시하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결정은 실제 정책으로 시행되어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그 영향력을 체감할 기회가 있지만, 야당의 행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을 느껴도 당장 야당을 지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 이런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국면에서는 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좀더 높습니다.

위 두 요인은 혼재되어 있습니다. 인구 특성 차이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정치 관심 정도에 따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모형을 적용해봤습니다. 통계적 모형을 통해 인구 특성 수준이 동등하게 포함되었을 때 정치 관심도의 영향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래 〈표 3-1〉의 회귀계수(B)가 영향의 크기를 보여줍니다. 통계적 유의성(p)이 작을수록 확률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사회과학에서는 .05 이하를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표 3-1〉은 더불어민주당 지지 여부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 모형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Base) 광주/전라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높고,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낮습니다. 20대 남성(Base) 대비 모든 성·연령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30대 여성과 40대 남녀가 두드러집니다.
이렇게 지역, 성·연령별 특성이 균등하다고 할 때 정치 고관심층(Base) 대비 약관심층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조금 높고, 비관심층에서는 낮습니다. 약관심층의 회귀계수 유의성(p=.053)을 보면 통계적으로 가까스로 유의하다고 볼 수준입니다.



〈표 3-2〉는 국민의힘 지지 여부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 모형입니다. 여러 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상반된 결과를 보입니다. 국민의힘 지지는 서울 대비 인천/경기, 광주/전라에서 낮고,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높습니다. 20대 남성 대비 50대 이상에서 높고, 20~40대 여성에서는 낮습니다. 지역, 성·연령별 특성이 균등하다고 할 때 정치 고관심층 대비 약관심층과 비관심층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모두 낮습니다.




인구 특성 영향 배제 시에도 정치 고관심층 야당 지지도 높아

회귀계수를 비교해보면 정치 관심 정도에 따른 정당 지지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정치 고관심층과 비교할 때 약관심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별 차이 없으나(-0.126) 국민의힘 지지도는 확실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0.379). 정치 비관심층은 양당 지지도가 모두 고관심층보다 낮으며, 국민의힘이 특히 더 그러합니다(더불어민주당 -0.514, 국민의힘 -0.967). 즉, 지역과 성·연령대라는 인구 특성 영향을 모형으로 통제한 후에도 정치 고관심층의 야당 지지도가 유의미하게 높은 점이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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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샤이(Shy)'하지 않다, 정치 관심 정도에 따른 차이일 뿐
- 정치 고관심층 위주 조사는 전체 여론 왜곡 우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몇 가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 정치 지형에서 여당과 제1야당 지지도가 엇비슷하거나 무당층이 적게 포함된 여론조사는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를 충분히 대표하지 못합니다. 양당 차이가 매우 작다는 것은 정치 고관심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즉 상당수 유권자를 배제한 조사라는 방증입니다. 주로 ARS(Auto Response System: 자동응답조사, Robocall로도 불림) 방식 조사가 그러합니다. ARS 조사는 기계음을 듣고 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스팸, 텔레마케팅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치 고관심층은 그런 전화를 받더라도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끝까지 응답을 완료해 참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ARS 조사 표본의 정치 고관심층 편향 현상은 앞서 본 정당 지지도뿐 아니라 최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도 발견됩니다. 2021년 3월 9~1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1,003명) 기준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과 윤석열이 24%로 동률이지만, 정치 고관심층(265명)에서는 윤석열이 40%로 이재명 27%를 앞섰습니다(→ 데일리 제439호). 참고로, 3월 12~13일 TBS 의뢰-KSOI의 ARS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1,001명) 기준 윤석열 37.2%, 이재명 24.2%였습니다(→ 중앙여심위).



이처럼 ARS 조사 결과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한 한국갤럽 조사의 정치 고관심층 응답과 유사합니다. 올해 들어 매주 데일리 조사 결과 교차집계표에 정치 관심별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석 달 가까이 비슷한 시기 ARS 조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일관된 경향이었습니다.
혹자는 ARS 조사가 ‘샤이 보수’(또는 '샤이 진보') 유권자의 응답을 이끌어낸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거나 자신의 견해를 소극적으로 표명하는 다수를 누락함으로써 정치 고관심층의 생각을 과다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유권자가 매 선거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선거마다 투표율이 다르고, 정치 고관심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다릅니다. 정치 고관심층은 대체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므로, 투표율이 낮을수록 이들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선거에서는 유권자 대표성이 낮은 사전 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 득표율과 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서는 정치 고관심층의 영향력이 작아지므로 약관심층·비관심층 의견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당수가 선거일에 임박해서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수도 있는 부동층입니다. 특히 박빙의 상황에서는 이들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좌우합니다.

셋째, 선거 결과 예측은 여론조사의 여러 사회적 역할과 기능 중 하나일 뿐입니다. 평소 여론조사는 대의민주주의의 보완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다수 시민의 의견’을 반영·대변합니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정치 고관심층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두루 포괄해야 합니다. 평소 바쁜 일상에서 정치적 발언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여론조사는 의견 표명의 창구가 되며, 수렴한 의견을 공표함으로써 이해관계 집단과 선출 공직자들이 여론에 귀기울이게 합니다. 여론조사가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목소리 큰 이해관계 집단이나 국민 의견을 무시하는 위정자들에게 휘둘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