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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담(調査談)

한국갤럽, 조사인, 조사 이야기

여론조사가 내 생각과 다른 이유 - 정치적 성향과 특성 분석
2020/02/20
● 한국갤럽 2020년 2월 20일 공개 | 문의: 02-3702-2571/2621/2622

여론조사가 내 생각과 다른 이유 - 정치적 성향과 특성 분석

2020년 1월 한 달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4%, ‘잘못하고 있다’ 46%였습니다. 2019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대부분 기간 대통령 직무 긍정률과 부정률이 40%대에 머물렀습니다. 2018년은 변화가 많았습니다. 그해 상반기 한동안 70%를 웃돌았던 직무 긍정률이 12월 46%로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은 매주 금요일 오전 대통령 직무 평가와 정당 지지도를 포함한 정치·현안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데요. 언론을 통해 그 결과를 접하고 꽤 많은 분이 문의 전화를 주십니다. 가장 문의가 많을 때가 바로 대통령 직무 긍정률과 부정률이 엇비슷한 시기입니다. 내용은 대개 이렇습니다.
"내 주변 여론은 전혀 딴판인데 조사 결과는 왜 그런가,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가?"

"선생님 주변 분들 생각은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를 고루 조사하면 다를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는 전체 수치를 위주로 다루는데요. 현재 지역이나 연령대, 지지하는 정당,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더 상세한 결과를 봐주십시오."
저희는 이렇게 안내하지만, 대통령 직무 긍·부정 의견이 거의 양분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쉽게 수긍하지 못하십니다. 특히 정치적으로 주장이 강한 분들일수록 말입니다.

그분들의 답답함을 저희도 압니다. 언론 기사나 인터넷, SNS, 요즘 많이들 보시는 유튜브에선 매일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주말마다 도심 집회가 끊이지 않습니다. 눈앞의 상황이 이러한데, 여론조사의 대통령 직무 평가 결과는 1년 넘게 늘 제자리를 맴돌며 미지근한 느낌일 테니까요. 조사 결과가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사회 전체를 보는 시각과 함께 구성원의 다양성을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2016년 국정농단·탄핵 정국 이후 급증했던 성향 진보층, 2018년 중반부터 점진적으로 감소
- 2020년 1월 본인 성향 응답: '(매우+약간) 보수' 26%, '중도' 29%, '(매우+약간) 진보' 29%
- 극보수('매우 보수' 응답), 극진보('매우 진보') 각각 6%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결과 외 성, 연령, 지역, 직업, 정치적 성향 등 응답자 특성별 상세 결과도 함께 제시합니다. 이때 정치적 성향은 학술적 정의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응답자 스스로 생각하는 성향을 기준으로 합니다. 한국갤럽은 '매우 보수적-약간 보수적-중도적-약간 진보적-매우 진보적'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묻습니다. 즉, 정치적 성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직무 평가나 정당 지지도처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하나의 조사 결과입니다. 2016년 국정농단·탄핵 정국 이후 급증했던 성향 진보층이 2018년 중반부터 점진적으로 감소해 최근에는 보수층과 비슷한 크기가 됐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월 정치적 성향 분포에서 '매우 보수'와 '매우 진보'는 5% 이내로 큰 변화 없었습니다. 전체 성향 분포의 변화는 '약간 보수-중도-약간 중도'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에 따른 것임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성향 양극단에 있는 분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다른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가족, 친구, 이웃, 우리 사회 구성원이니까요.

2020년 1월 한 달간(3,000명 전화조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매우+약간) 보수' 26%, '중도' 29%, '(매우+약간) 진보' 29%로 나타났고, 16%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모름/응답거절'). 여기서 '매우 보수', ‘매우 진보’라는 응답은 각각 6%였습니다(→ 데일리 제386호).




●● 성향 극보수/극진보/중도층 프로파일 분석

지금부터는 세분집단 프로파일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보통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응답 비율을 보지만(예: 서울 거주자 중 '보수' 응답자는 몇 %), 세분집단 프로파일 분석에서는 특정 응답을 한 사람들의 특성과 그 분포(예: '보수' 응답자 중 서울 거주자는 몇 %)를 살핍니다.

2020년 1월 조사에서 ‘매우 보수적’이라고 답한 사람들(194명, 이하 '극보수층')의 연령 분포를 보면 50대 이상이 76%(50대 20%, 60대 이상 56%)를 차지하며, 지역적으로는 대전/충청(14%)과 대구/경북(14%)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들 중 82%는 대통령이 직무를 '잘못하고 있다'고 보며, 64%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매우 진보적’이라고 답한 사람들(168명, 이하 '극진보층')의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며, 지역적으로 광주/전라(18%)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들 중 75%가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62%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며 15%는 정의당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극보수층과 극진보층은 주된 연령대나 사는 지역 등에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생각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성향이 극단적일수록, 신념과 확신이 강할수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기 때문에 즉각 반박하는 사람이 없으면 주변인들도 자신의 주장에 동조한다는 오해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극보수층, 현 정부의 좌파 성향 비난

대통령 직무 평가 이유를 통해 극보수층과 극진보층이 어떻게 다른지 보겠습니다. 우선, 극보수층은 대부분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보수층 중 대통령 부정 평가자(159명)가 그렇게 보는 이유에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25%로 최상위에 올랐는데, 이는 성향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극보수층의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북한 관계 치중/친북 성향’(10%), ‘사회주의 정책’(5%) 언급이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현 정부를 ‘좌파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계시지요.

극진보층, 현 정부의 개혁 의지 높이 사

한편, 극진보층 다수는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극진보층 중 대통령 긍정 평가자(127명)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외교/국제관계’(14%), ‘검찰 개혁’(10%), ‘개혁/적폐청산’(7%) 순입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국민 입장을 생각한다'는 점도 긍정 평가 이유로 많이 언급했습니다. 극진보층은 현 정부의 개혁 의지를 높이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극보수층과 극진보층이 대통령을 평가하는 기준은 이처럼 다릅니다.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극보수층과 개혁·적폐청산 의지를 중시하는 극진보층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도층, 지역·연령 고르게 분포하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덜한 존재감
- 중도층의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부동산, 외교, 국론분열 상대적으로 많아

2020년 1월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3,000명 중 29%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적’이라고 답했습니다(855명, 이하 '중도층'). 중도층의 지역, 연령 분포는 대체로 고릅니다. 특징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굳이 들자면 30대 사무관리직이 다소 많은 편입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45%, '잘못하고 있다' 44%로 긍·부정률이 비슷합니다. 이는 전체 응답자 3,000명 기준 평가(긍정 44%, 부정 46%)와도 유사합니다.

중도층 중 대통령 긍정 평가자(388명)가 답한 이유는 전체 긍정 평가자와 큰 차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도층 중 대통령 부정 평가자(378명)가 답한 이유는 전체 부정 평가자와 약간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중도층은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외교', '국론 분열/갈등'에 대한 지적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친북', '개혁' 같은 이념적 이슈보다 생활·실리적 정책에 관한 관심이 더 크고, 이념 갈등이나 정쟁에 대한 반감이 엿보입니다.

중도층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극진보·극보수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덜합니다(→ 데일리 제384호). 그러나,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계속될 때 여론의 향방은 결국 중도층의 선택에 따라 정해집니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중도층의 낮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 정치적 의견은 양분되어 전체 평균에 공감하기 어려워
- 정보 편식, 편파 미디어 횡행, 양극으로 대립하는 강한 주장일수록 과다 왜곡되어 혼란 가중

소수의 주장이라 하여 그것이 반드시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소수가 진실을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의 집합체 또는 평균에 가까운 지표를 보여주는 것으로 극명한 주장과는 동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주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의 중간점이 어디쯤인지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뿐입니다.

특히 정치적 이슈는 양분되어 대립 구도를 형성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전체 평균이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정치 현안이나 이념적 주장이 강한 분들의 여론조사 비판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현대 여론조사의 창시자 조지 갤럽 박사도 1970년대 미국 상황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오늘과 같은 정치 상황에서 자기 당의 후보자가 열세에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 그 정당은 불유쾌한 사실을 공표하고 있는 여론조사기관이 믿을 수 없는 방법을 썼다던가, 표본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던가, 누가 뒤에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던가, 열세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집단을 조사에서 제외되었다는 식으로 혹독한 비판을 퍼붓는다."
- 조지 갤럽 저서 <갤럽의 여론조사(The Sophisticated Poll Watcher’s Guide)>, 193쪽

여론조사 결과가 내 주장에 부합하면 추켜세우고, 반하면 절차적 공정성이나 조사회사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느 한 편으로 기울지 않으면 무시하거나,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하기도 합니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수렴하는 완벽한 도구가 아닙니다. 한계는 있지만, 과학적 절차에 따라 검증 가능한 방법론이며 우리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고르게 수렴하여 보여줄 수 있습니다. 불특정인이 참여하는 길거리 스티커 붙이기, 사람이 작성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인터넷 댓글, 특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만 빗발치는 반응... 빅데이터란 미명 아래 등장한 최신 기법보다 훨씬 차분하게 말입니다. 여론조사를 무시하고는, 그 누구도 국민 여론이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2020년, 인공지능(AI) 기술이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를 추천하는 시대입니다. 일부러 TV를 켜거나 종이신문을 들추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 한 곳만 열어봐도 볼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마음만 먹으면 온종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편화된 미디어가 비슷한 제목으로 쏟아내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이 안다는 착각에 빠져 전체를 보는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