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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준·생활수준과 정치적 태도: 저학력·저소득층이 더 보수적인가?
2022/08/24
● 한국갤럽 2022년 8월 24일 공개 | 문의: 02-3702-2571/2621/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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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준·생활수준과 정치적 태도:
저학력·저소득층이 더 보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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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준(학력)과 경제적 생활수준은 우리 사회의 계층적 분화와 불평등,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성입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의 경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자조를 낳았습니다.

최근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는 한 정치인의 말에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한국갤럽이 2022년 7월 한 달간 데일리 오피니언 조사에 참여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4,003명을 대상으로 교육수준과 경제적 생활수준에 따른 정치적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습니다.


교육수준에 따라 정치적 태도가 다른가?
그럴 수 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단순하게만 보면.

7월 통합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8%, 더불어민주당 33%, 정의당 4%, 그리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無黨)층이 24%를 차지합니다. 주관적 정치 성향은 보수 30%, 중도 31%, 진보 27%, 유보 12%입니다. 정당 지지는 상황적 유동성이 크지만, 정치 성향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항상성이 큰 정치 성향 응답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먼저 교육수준별로 보면, 고졸 이하 학력자(1,525명) 중에서 34%가 자칭 보수, 21%가 진보라고 답했습니다. 대재 이상 학력자(2,421명) 중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28%, 31%로 비슷했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저학력이 더 보수적’이라는 말이 제법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가 급격히 이뤄졌고, 그에 필적하는 사회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주로 하는 일, 사는 곳, 보고 듣는 매체가 바뀌면서 조부모와 부모, 부모와 나, 나와 자식 세대의 일상은 사뭇 다릅니다.

특히 의무교육 도입 시기, 교과 학습 과정, 입시 제도 차이로 세대별 교육수준 차이도 큽니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은 1950년대 후반, 중학교 의무교육은 1985년 도서·벽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됐고,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1980년 11.4%, 1990년 23.6%, 2000년 52.5%, 2005년 이후 70% 내외입니다(→ e-나라지표). 대입 제도 기준으로 보면 현재 50대는 학력고사, 30·40대는 수능, 20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도입 이후로 나뉩니다.

〈표 1〉은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파악된 만 20세 이상 교육수준입니다. 20·30대에서는 대학 이상 학력자가 80%를 웃돌지만, 고연령일수록 그 비율이 크게 낮아져 70대 이상에서는 약 10%에 그칩니다. 고등학교 이하 학력자 중에서는 60대 이상이 약 50%를 차지하며, 30대 이하는 27%입니다. 대학 이상 학력자 중에서는 60대 이상이 9%, 30대 이하가 51%입니다. 이처럼 연령별 교육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교육수준별 분석에는 반드시 연령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시대별 교육 여건이 매우 달랐다.
동년배에서의 교육수준별 정치적 태도를 비교하면?

〈표 2〉에 같은 연령대에서의 교육수준별 주관적 정치 성향을 제시했습니다. 만 18~29세(이하 ‘20대’)에서 고졸 이하 학력자(‘저학력자’)의 보수:진보 비율은 27%:24%, 대재 이상 학력자(‘고학력자’)는 27%:27%로 차이가 미미합니다. 30대도 마찬가집니다(25%:29%, 25%:29%). 40대는 약간의 차이가 보이지만(28%:32%, 25%:36%),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50대에서만 교육수준과 정치적 태도 약한 연관성
60대 이상 보수 치중은 학력 인과성 근거 찾기 어려워

50대는 확연히 다른 양상입니다. 50대 저학력자 중에서는 자칭 보수(33%)가 진보(25%)보다 많고, 고학력자 중에서는 보수(25%)보다 진보(36%)가 많습니다. 현시점 50대는 1963년부터 1972년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민주화가 정점에 다다른 시기, 성별 취학 격차가 줄고 고등교육이 확대되던 시기에 성장했습니다. 격변기였던 만큼 같은 50대라도 초반과 후반의 교육·문화적 여건은 달랐고, 개개인 편차도 큰 편입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보수와 진보 우열이 교차하는 지점도 50대 중반입니다. 2021년 연간 데일리 오피니언 응답자 47,067명의 정치적 성향 분포를 1세 단위로 구분했을 때 1966년(2021년 기준 55세) 이전 출생자는 보수, 1967년(54세) 이후 출생자는 진보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데일리 2021).

60대부터는 학력 불문하고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60대와 70대 이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60대는 저학력자(41%:13%)보다 고학력자(37%:29%) 중에 상대적으로 진보가 많은데, 70대 이상은 반대로 저학력자(35%:12%)보다 고학력자(56%:20%) 중에 보수가 더 많습니다.
70대 이상 저학력자의 38%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지 않은 점(대부분 여성), 70대 이상 고학력자(상당수 남성)가 모든 연령대·학력 조합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경제적 생활수준과 정치적 태도 연관성 희박
동년배에서는 중·하층이 상대적으로 진보, 50대만 예외

아래 〈표 3〉은 경제적 생활수준별 정치 성향 분포입니다. 생활수준 상/중상(이하 ‘상층’)의 보수:진보 비율은 35%:33%, 중층은 30%:26%, 중하/하(‘하층’)는 28%:26%입니다. 전체 기준으로 보면 생활수준별 정치 성향은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상층보다 하층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요. 이는 고연령일수록 하층 비율이 높은 점(20대 21%; 50·60대 30% 후반, 70대 이상 45%)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생활수준도 연령대별로 나눠봤습니다. 전체 기준으로 보면 통계적 연관성이 희박하지만, 같은 연령대에서는 생활수준 상/중상(이하 ‘상층’)보다 중하/하(‘하층’)에 자칭 진보가 더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수가 많은 60대 이상에서도 상층에서는 그 비율이 약 50%지만, 하층에서는 30%대 중반이니 상대적으로 하층이 덜 보수적입니다.

여기서도 50대는 좀 별납니다. 50대에서는 상층에 진보가 많고(25%:39%), 중층(28%:29%)과 하층(29%:32%)은 보수:진보 비율이 비슷합니다.





저학력·저소득층이 더 보수적으로 보이는 것은
연령대별 교육수준·생활수준 차이에서 비롯한 착시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저학력·저소득층이 더 보수적’으로 보이는 것은 인과성보다 시대적 특성에 따른 현상(現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별 교육수준·생활수준 차이에서 비롯한 일종의 착시입니다.

한국인 열 명 중 여덟은 빈부 차별과 학력·학벌 차별이 심각하다고 봅니다(→ 제494호). 비정규직, 장애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절반가량은 성소수자, 국적·인종, 성(性), 나이에 따른 차별도 심각하게 느낍니다.

유명인의 공개적 발언은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영역에서는 더 큰 폭발력을 지닙니다. 일상 속 사적 대화에서도 섣부른 집단화·일반화는 자칫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말에 냉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현상을 인과성 있는 관계로 받아들여서입니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곡해하기 쉽습니다. 못 가져서, 못 배워서, 어려서, 늙어서, 여자여서, 남자여서, 어느 지역 출신이어서… 다수가 근거 없는 잡설(aka ‘개소리’)입니다.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 단순 상관성일 뿐이며, 그 상관성마저도 허위 관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2012년 6월 데일리 인사이드 No.2: 세대별 생활수준-정치적 성향 관계와 양극화
2022년 7월 데일리 오피니언 통합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 정당 지지도 | 주관적 정치 성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