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발행 단행본 〈조사인으로 살다: 박무익 회고록〉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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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록, 조사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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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神)이 있다면, 신만이 실제 여론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알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능력을 갖지 못했기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어렴풋이나마 여론의 실체를 가늠할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여론조사 경험을 되돌아볼 때 가장 확실한 사실은 모든 조사 결과에는 오차가 존재하며, 그 어떤 방법으로도 실제 여론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동시에 여론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는 아직도 여론조사만 한 것이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밝혀진 수학적, 과학적 원리를 적용해 여론조사 과정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조사인의 소임(所任)이다. 예컨대 표본은 엄격한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 원칙에 따라 선정할 것, 질문지는 논리적·구조적으로 설계할 것, 모든 조사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기록할 것,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해석할 것 등이다.
조사는 결코 화려하거나 스스로 빛나는 업(業)이 아니다. 사회의 명암, 좌우 대립, 빈부 문제, 정보 격차, 과거와 미래 등을 두루 살펴 매 순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탐구하는 일이다. 때로는 관행과 시류에 맞서야 하고, 때로는 비난과 질시를 묵묵히 견뎌야 한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다.
이름만 여론조사인 유사 여론조사 결과부터 기존 여론조사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다는 포부로 등장하는 새로운 분석 도구들이 선거 때마다 등장해 왔다. 또한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비정형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신기술까지 등장해 저마다의 강점과 정확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속에는 품질이 좋은 것과 나쁜 것, 공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치열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과 그저 겉으로 흉내만 낸 것, 오랫동안 존속할 것과 잠시 눈길 끌었다 사라질 것들이 뒤섞여 있다.
기계 장비만 갖추면 누구든 조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따라 영세한 조사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사라진다. 텔레마케팅과 보이스피싱에 지친 사람들은 여론조사 응답도 성가시게 여긴다. 스팸 전화 차단 앱을 쓰거나,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수신을 거부한다.
조사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조사업을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 사라져 가는 인쇄업과 같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법은 지난 1세기 동안 수많은 선거와 함께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서서히 진화해 왔고, 현재도 진화 중이다.
여론조사의 품질은 그 결과가 개인의 감(感)이나 취향, 이념 성향에 잘 맞는지가 아니라 조사 설계의 타당성, 진행 과정의 공정성, 결과 해석의 중립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무시하고 의도에 부합하는 조사 결과 수치만을 인용한 기사를 양산하고, 독자들은 그 기사에 인용된 수치를 그대로 믿었다가 나중에 또 다른 조사 결과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결국 ‘못 믿을 여론조사’, ‘들쑥날쑥 여론조사’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여론조사 전체를 질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조사업계 전체 수준의 하향평준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 하락을 초래할 뿐이다.
조지 갤럽 박사는 1940년 〈The Pulse of Democracy〉라는 책을 냈다. 그의 표현대로 여론이 민주주의의 맥이라면 여론조사는 민주주의의 맥을 측정하는 맥박계다. 선거여론조사는 선거의 과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도구다. 공공 부문 여론조사는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방향 설정의 토대가 되고, 민간 기업이 의뢰하는 조사는 기업 의사 결정의 근거가 된다.
여론조사에 대한 접근은 매출 증대를 최종 목표로 삼는 마케팅과는 달라야 한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의 성패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뿐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시대의 기록이며 역사의 일부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신기술을 가져다 쓸 수 없고, 질문 한 개도 허투루 해선 안 된다. 조사인은 자신이 세상에 내놓는 조사 결과에 언제나 무거운 책임이 뒤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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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록, 조사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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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神)이 있다면, 신만이 실제 여론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 알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능력을 갖지 못했기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어렴풋이나마 여론의 실체를 가늠할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여론조사 경험을 되돌아볼 때 가장 확실한 사실은 모든 조사 결과에는 오차가 존재하며, 그 어떤 방법으로도 실제 여론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동시에 여론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는 아직도 여론조사만 한 것이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밝혀진 수학적, 과학적 원리를 적용해 여론조사 과정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조사인의 소임(所任)이다. 예컨대 표본은 엄격한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 원칙에 따라 선정할 것, 질문지는 논리적·구조적으로 설계할 것, 모든 조사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기록할 것,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해석할 것 등이다.
조사는 결코 화려하거나 스스로 빛나는 업(業)이 아니다. 사회의 명암, 좌우 대립, 빈부 문제, 정보 격차, 과거와 미래 등을 두루 살펴 매 순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탐구하는 일이다. 때로는 관행과 시류에 맞서야 하고, 때로는 비난과 질시를 묵묵히 견뎌야 한다. 어렵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된 일이다.
이름만 여론조사인 유사 여론조사 결과부터 기존 여론조사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다는 포부로 등장하는 새로운 분석 도구들이 선거 때마다 등장해 왔다. 또한 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비정형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신기술까지 등장해 저마다의 강점과 정확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속에는 품질이 좋은 것과 나쁜 것, 공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치열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과 그저 겉으로 흉내만 낸 것, 오랫동안 존속할 것과 잠시 눈길 끌었다 사라질 것들이 뒤섞여 있다.
기계 장비만 갖추면 누구든 조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따라 영세한 조사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사라진다. 텔레마케팅과 보이스피싱에 지친 사람들은 여론조사 응답도 성가시게 여긴다. 스팸 전화 차단 앱을 쓰거나,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수신을 거부한다.
조사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조사업을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 사라져 가는 인쇄업과 같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법은 지난 1세기 동안 수많은 선거와 함께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서서히 진화해 왔고, 현재도 진화 중이다.
여론조사의 품질은 그 결과가 개인의 감(感)이나 취향, 이념 성향에 잘 맞는지가 아니라 조사 설계의 타당성, 진행 과정의 공정성, 결과 해석의 중립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무시하고 의도에 부합하는 조사 결과 수치만을 인용한 기사를 양산하고, 독자들은 그 기사에 인용된 수치를 그대로 믿었다가 나중에 또 다른 조사 결과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은 결국 ‘못 믿을 여론조사’, ‘들쑥날쑥 여론조사’라는 제목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여론조사 전체를 질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조사업계 전체 수준의 하향평준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 하락을 초래할 뿐이다.
조지 갤럽 박사는 1940년 〈The Pulse of Democracy〉라는 책을 냈다. 그의 표현대로 여론이 민주주의의 맥이라면 여론조사는 민주주의의 맥을 측정하는 맥박계다. 선거여론조사는 선거의 과정을 보여주는 유일한 도구다. 공공 부문 여론조사는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방향 설정의 토대가 되고, 민간 기업이 의뢰하는 조사는 기업 의사 결정의 근거가 된다.
여론조사에 대한 접근은 매출 증대를 최종 목표로 삼는 마케팅과는 달라야 한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의 성패는 하나의 사례로 남을 뿐이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시대의 기록이며 역사의 일부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신기술을 가져다 쓸 수 없고, 질문 한 개도 허투루 해선 안 된다. 조사인은 자신이 세상에 내놓는 조사 결과에 언제나 무거운 책임이 뒤따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