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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담(調査談)

한국갤럽, 조사인, 조사 이야기

여론은 언제, 어떤 사건에 영향받는가?
2019/12/05
● 한국갤럽 2019년 12월 5일 공개 | 문의: 02-3702-2571/2621/2622

여론은 언제, 어떤 사건에 영향받는가?

한국갤럽은 1988년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동일한 질문으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해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직무 긍정률은 5년 임기 전반기에 상대적으로 높았고, 후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공통점을 보였습니다. 흐름선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면 때론 크게 때론 작게 오르내리는 파형(波形)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시기는 대부분 세월이 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할 만한 사건이 발생한 때입니다.

어떤 사건이 대통령 직무 평가에 영향을 주려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사람들도 알 만큼 널리 알려져야 하고,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어야 하며, 태도를 바꿀 만큼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시각각 새로운 쟁점을 쫓는 정치인과 언론사 기자, 그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적극적 지지층에서만 오르내리는 '그들만의 이슈'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사건의 영향력은 여론조사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사건 발생 → 정치적 사건으로 인식 & 대통령에 대한 태도와 연관 → 대통령 직무 평가 변화

여론조사는 전체 국민 중 일부, 즉 표본을 대상으로 합니다. 모든 조사에는 다양한 오차가 존재합니다. 소폭 변동은 오차인지, 특정 사건에 따른 변화인지 알 수 없습니다. 표본오차 크기보다 작은 변동을 매번 특정 사건과 연관 짓는 것은 데이터에 근거한 해석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지어낸 그럴듯한 스토리에 가깝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직무 평가 변화 시기와 연관 사건

2019년 11월을 기점으로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지났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은 12월 선거에서 당선해 이듬해 2월 취임했지만,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보궐선거 익일 취임해 정권 인수 기간이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 임기 첫 해 직무 긍정률은 1993년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 첫 해만큼 높았고, 특히 4.27 남북정상회담·판문점 선언 직후인 2018년 5월 첫째 주에는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시점 긍정률 최고치(83%)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6월 제7회 지방선거 이후 경제·일자리·민생 문제 지적이 늘면서 긍정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9월 초 처음으로 직무 긍·부정률 차이가 10%포인트 이내로 줄었습니다. 9월 중순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직무 긍정률 60% 선을 회복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해 2019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긍/부정률이 모두 40%대에 머물며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평균 46%/45%). 9월 추석 직후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6주간은 평균 41%/51%로 부정률이 우세했지만, 이후 5주간 평균은 다시 45%/47%로 긍·부정률이 엇비슷한 상태가 됐습니다.



이를 좀 더 잘게 나누어, 주간 단위 변화로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문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3%포인트(표본오차 크기) 이상 등락한 시기와 당시 중요 사건입니다.

2017년(괄호 안은 직전 주→해당 주 대통령 직무 긍정률)
1) 7월 3주(80→74%): 2018 최저임금 결정
2) 9월 1~2주(76→72→69%): 6차 북핵 실험

2018년
1) 1월 3~4주(73→67→64%):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2) 3월 1주(64→71%): 대북특사단 방북
3) 5월 1주(73→83%): 1차 남북정상회담
4) 6월 2주(75→79%): 제7회 지방선거, 1차 북미정상회담
5) 7월 3주~4주(69→67→62%): 2019 최저임금 결정
6) 8월 4주~9월 1주(60→56→53→49%):고용동향 발표 및 경제 정부 책임론
7) 9월 3주(50→61%):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
8) 10월 3주~11월 1주(65→62→58→54%): 국정감사, 경제 실정론
9) 12월 1~2주(53→49→45%): 경제 전망 비관론 심화

2019년
1) 2월 4주~3월 1주(45→49→46%): 싱가포르 2차 북미정상회담 예고, 합의 무산
2) 3월 4주~4월 1주(45→43→41%): 미세먼지 상황 악화, 김의겸 대변인 사퇴
3) 4월 2주(41→47%): 강원 산불 대응
4) 7월 1주(46→49%): 남북미정상 판문점 회동
5) 7월 2~3주(49→45→48%): 일본 수출 규제 강화, 정부 강경 대응
6) 8월 4주~9월 3주(47→45→44→43→40%):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 인사청문회, 장관 취임
7) 10월 3주(43→39%):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8) 10월 4주~5주(39→41→44%): 조국 장관 사퇴 이후 부정 평가 이유에서 인사(人事) 문제 비중 감소, 이후 12월 초까지 직무 긍/부정률 격차 3%포인트 이내 상태 지속

문 대통령 취임 후 2년 반 동안 매주 직무 수행 평가에 명확하게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은 20개를 넘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대통령 직무 긍/부정 평가 이유로도 직접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평소 정치 뉴스에 관심이 덜한 사람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일들입니다. 이처럼 명백한 사건이 없었음에도 조사 결과가 크게 등락했다면, 그건 여론의 변화가 아니라 조사가 불안정해 수치가 오락가락한 현상에 불과합니다.

여론조사는 신중하게 설계된 조사방법으로, 나온 결과는 전체적인 추세로 해석해야 합니다. 과학성을 결여한 방법을 채택하면 표본의 변동 때문에 진정한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작은 수치 변화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는 것은 여론조사의 영역을 한참 벗어난, 극히 비과학적인 접근입니다.